영화 **《아쿠아맨》(Aquaman, 2018)
🎬 기본 정보
- 감독: 제임스 완 (James Wan)
- 주연: 제이슨 모모아(아쿠아맨/아서 커리), 앰버 허드(메라), 패트릭 윌슨(옴), 윌렘 대포(벌코), 니콜 키드먼(아틀라나)
🐠 줄거리 요약
아서 커리는 인간 아버지(등대지기 톰 커리)와 아틀란티스 여왕(아틀라나)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해(半人半海)입니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는 바다 생물과 소통할 수 있고, 인간 이상의 힘과 속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왕국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인간 세계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틀란티스의 왕위에 오른 이복동생 옴이 지상 세계를 침략하려는 음모를 꾸미자, 아서의 존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됩니다. 아틀란티스 왕국의 전사이자 공주인 메라는 아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는 마지못해 바다로 향하게 됩니다.
아서와 메라는 옴의 야망을 막기 위해 전설 속의 삼지창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 이 과정에서 아서는 점점 자신의 정체성과 운명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는 과거를 직면하고, 진정한 왕으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해 성장해 갑니다.
⭐ 주요 테마
- 정체성의 수용과 성장
- 인간과 바다 세계의 갈등
-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 자연과 환경 보호의 메시지
1. 서론: 수중 영웅의 탄생과 DC 확장 유니버스의 실험
2018년 개봉한 *아쿠아맨(Aquaman)*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여섯 번째 작품이자, 기존의 어두운 색채와는 상반된 시각적 실험과 문화적 확장을 보여준 작품이다. 제임스 완 감독은 기존 컨저링 시리즈로 대표되는 호러 장르의 장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아쿠아맨을 통해 장르의 경계를 넘으며 블록버스터 슈퍼히어로 영화에 새로운 감각을 부여했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가 지닌 서사 구조, 미장센, 신화적 기호 체계, 그리고 블록버스터 산업 내에서의 전략적 위치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2. 서사 구조와 신화적 도상학
아쿠아맨의 중심 서사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구조를 따른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에 부합하는 요소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주인공 아서 커리(Arthur Curry)는 인간과 아틀란티스인의 혼혈로서 두 세계의 경계에 존재하며, 운명적 소명을 받아들여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련(Trial)을 겪고, 멘토(메라)의 도움을 받아, 궁극적 무기(트라이던트)를 획득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헐리우드 클리셰를 넘어서 고대 신화의 구조를 재해석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바다라는 공간은 무의식, 원초성, 혹은 존재론적 뿌리를 상징하는데, 아서는 이 ‘심연’을 통과함으로써 인간성과 초인성의 중재자가 된다. 이는 곧 포스트모던 시대의 영웅상이 단일한 권력자가 아니라, 경계를 매개하는 혼성적 존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 미장센과 시각적 스펙터클의 전략
아쿠아맨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 중 하나인 ‘스펙터클(spectacle)’에 대한 강박적 충실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제임스 완 감독은 이 시각적 전략을 단순한 CGI의 나열이 아닌, 유기적인 미장센 구성과 색채 미학으로 설계한다. 영화 전반에서 활용되는 해양 생물, 아틀란티스 왕국의 건축 양식, 전투 장면에서의 카메라 워크는 1980~90년대 SF 비주얼과 동시대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시도한다.
특히, 아틀란티스의 디자인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도상과 미래 도시의 초현대적 이미지를 혼성적으로 구성하여 동서양의 시각 문법이 융합된 형태로 제시된다. 이는 단순히 ‘이국적 공간’이 아닌, 글로벌화된 시청각 감각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또한 수중에서의 액션 연출은 ‘중력의 해체’를 가능케 하며, 이는 물리적 현실을 초월한 미장센의 환상성을 강조한다. 이 점에서 아쿠아맨은 디지털 시네마의 진보된 물리 구현 능력을 활용한 전형적인 21세기형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4. 정체성과 혼종성: 포스트모던 히어로의 양상
아서 커리는 ‘혼혈(hybrid)’이라는 정체성을 가진다. 그는 지상(인간)과 해저(아틀란티스)의 경계에 놓인 인물로, 단일한 정체성을 부정한다. 이는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점차 중심화되는 다문화성(multiculturalism)과 정체성의 유동성(fluidity)을 반영한다.
더불어 아쿠아맨이 보여주는 영웅성은 전통적인 마초적 영웅상과는 다르다. 제이슨 모모아의 캐스팅은 이와 관련하여 전략적이다. 그는 하와이안, 사모아계 혼혈로서 서구 백인 중심의 전형적 슈퍼히어로 외모에서 벗어난다. 이는 기존 DC 히어로들의 ‘신성과 절대성’ 이미지(예: 슈퍼맨, 배트맨)를 인간적인 층위로 낮추며,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과의 정서적 접속을 시도한다.
메라(엠버 허드 분)는 단순한 여성 조력자 역할을 넘어, 전략가이자 행동가로서의 주체성을 가진다. 그녀는 서사 내에서 결정적인 전환점들을 주도하며, 단지 주인공의 러브 인터레스트로 소비되지 않는다. 이는 헐리우드 여성 캐릭터의 소비 방식에 대한 반성을 내포하고 있다.
5. 산업적 맥락: DC의 전략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재편
아쿠아맨은 DC 확장 유니버스 내에서 이례적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은 ‘슈퍼히어로 피로감(superhero fatigue)’이 언급되는 시점에서 이례적 성과로 평가된다. 이는 DC가 보여준 기존의 어둡고 무거운 색조를 탈피하고, 밝고 경쾌한 톤을 실험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이 작품은 중국, 동남아시아 등 비서구 시장을 강력하게 겨냥한 콘텐츠 기획으로도 평가된다. 해양 공간이라는 무국적 설정, 아시아적 요소가 혼합된 아틀란티스 미학, 모모아의 탈서구적 이미지 등은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의도를 반영한다. 이는 블록버스터가 단순히 서사나 시각적 만족을 넘어서, 세계 시장의 다층적인 문화 코드에 적응하고자 하는 산업적 진화의 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6. 결론: 『아쿠아맨』의 미학적 가능성과 한계
아쿠아맨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넘어서, 동시대 시네마의 미적, 문화적 경향을 압축한 혼종적 텍스트다. 신화적 구조를 빌리되 현대적 정체성 문제를 녹여내고,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을 따르되 미장센을 통해 고유한 시각적 문법을 창조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전히 전형적 서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여성 캐릭터의 서사적 자율성 역시 완전히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아쿠아맨은 DC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는 점에서, 향후 슈퍼히어로 장르의 미적·문화적 재편에 중요한 전조 역할을 한다. 이는 더 이상 단일한 영웅의 신화를 소비하지 않는 시대의 관객들에게, 복합적 정체성과 유동적 서사를 지닌 새로운 영웅을 제시하려는 하나의 실험이었다.
7. 주요 장면 분석: "트라이던트의 시련"과 영화적 클라이맥스
7.1 트라이던트 획득 장면 – 영웅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의례
아쿠아맨의 핵심 전환점이자 클라이맥스 중 하나는 아서 커리가 전설 속 트라이던트를 얻기 위해 공포의 괴물 ‘카라센(Karathen)’과 마주하는 장면이다. 이 시퀀스는 내러티브 상 ‘시련의 동굴’에 해당하며, 주인공이 ‘진정한 자격’을 입증받는 전통적 영웅 서사의 핵심 구간이다.
감독은 이 장면에서 광원 활용과 색채 대비를 통해 상징성을 강화한다. 주변은 암흑에 가까운 파란 조명으로 표현되며, 트라이던트는 황금빛으로 강조되어, 마치 고대 신화 속 ‘신성한 물건’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때 카라센과의 대면 장면에서 카메라는 저각도로 아서를 포착하여 그가 ‘왕으로서 올라서는’ 힘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또한 이 장면에서 아서는 전투가 아닌 **대화(telepathic communication)**를 통해 괴물과의 신뢰를 쌓는다. 이는 힘이 아닌 공감과 이해를 통해 정체성을 인정받는 구조로, 현대 영웅상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환을 함축한다.
7.2 사막 신전 장면 – 고전 탐험 영화의 오마주
아서와 메라가 사막의 고대 유적을 탐험하는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연상시키며, 전통적 모험 영화의 오마주라 할 수 있다. 카메라는 와이드샷과 파노라마적 구성을 통해 고대 문명의 장엄함을 강조하고, 사막의 붉은 빛과 등장인물의 푸른 옷이 색상 대비를 이룬다.
이 장면은 서사의 진행뿐 아니라, 아서와 메라가 상호 협력자로서 유대를 형성하는 계기로 기능하며, 단순한 로맨스 구도가 아닌 공동 탐색자로서의 상징적 지위를 드러낸다.

8. 음향 설계(Sound Design): 수중 세계의 감각화
제임스 완은 아쿠아맨에서 청각적 몰입감을 위한 설계를 전략적으로 시도했다. 일반적인 육상 영화와 달리, 수중 장면에서는 저음 기반의 둔탁한 소리, 잔향이 길게 남는 대사 처리, 파동 효과를 통해 ‘물속 공간’의 독자성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아틀란티스 내부에서의 전투 장면은 금속적 충돌음과 물살이 부딪히는 고주파 사운드가 섞여,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역동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특히 돌고래나 고래의 초음파 효과를 모티브로 한 효과음은 비언어적 소통의 세계를 시각과 청각 양면에서 통합해낸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루퍼트 그렉슨-윌리엄스(Rupert Gregson-Williams)의 **배경 음악(BGM)**은 고대 신화적 분위기와 현대적 블록버스터의 긴장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테마 음악은 현악기와 전자음악의 혼합으로 구성되어, 수중 영웅의 이중적 정체성을 음향적으로 표현한다.
9. 주요 캐릭터의 연기 해석
9.1 제이슨 모모아 (아서 커리 / 아쿠아맨)
모모아는 기존의 슈퍼히어로들과는 확연히 다른 ‘육중한 존재감’을 통해 물리적 영웅성을 부각시키면서도, 유머와 내면적 고뇌를 동시에 표현한다. 특히 초반 바에서의 대화 장면에서는 캐릭터의 거칠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주며, 전형적 '고독한 히어로'에서 벗어난 접근이다.
그의 표정 연기는 주로 눈썹과 입꼬리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말수가 적은 캐릭터 특성을 보완한다. 액션 장면에서는 스턴트와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통해 유기적 액션 표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9.2 엠버 허드 (메라)
엠버 허드는 메라라는 캐릭터를 수동적 조력자가 아니라 자기 의지가 강한 전략가로 연기했다. 그녀의 시선 처리와 발화 방식은 권위적이며, 특히 아서에게 지시를 내리는 장면에서는 고전적인 여성 캐릭터가 가진 종속성을 벗어난다.
그녀는 액션 시퀀스에서도 전투력을 보여주며, 물을 무기로 활용하는 장면에서는 리듬과 제스처의 조화가 돋보인다. 특히 와인 저장고에서 적을 물로 제압하는 장면은 장르적 유머와 테크닉을 함께 담고 있다.
9.3 패트릭 윌슨 (옴 왕 / 오션마스터)
옴 왕은 전형적인 악당이지만, 패트릭 윌슨의 연기는 ‘신념을 가진 반대자’로서의 입체적 캐릭터성을 부여한다. 그는 아틀란티스를 순혈주의로 지키려는 입장을 고수하며, 단순한 권력욕이 아니라 이념에 기초한 행동을 펼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해하게 만든다.
윌슨의 연기는 특히 목소리 톤 조절과 냉정한 시선 처리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전투 시에는 완벽주의적 기질과 군사적 통솔력을 강조하여, 아서와의 대비를 극대화한다.
10. 마무리 평가: 기술과 감성의 하이브리드
아쿠아맨은 서사, 미장센, 음향, 연기까지 종합적으로 구성된 21세기 하이브리드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기술적 완성도와 동시에, 신화와 현대성이 교차하는 감성적 이야기 구조를 통해 대중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다소 과도한 정보량과 러닝타임의 압박, 일부 클리셰적 요소는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슈퍼히어로 장르의 시각적 확장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실험한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